시각집합

Poster
Seminar Plannig

2017, 2018



연사
일상의실천(권준호, 김경철, 김어진)
이슬기(산돌커뮤니케이션 아트디렉터)
심보현(스튜디오호호호 아트디렉터)

대학가에서 ‘집합’은 흔히 선배가 후배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관행을 가리킬 때 쓰이는 단어입니다.
중앙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역시 이같은 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으며, 재학생들에게는 위압적인 병폐에서 벗어나 디자이너의 주체성을 토론하는 자리가 어느 무엇보다 필요했습니다.

<시각집합>은 중앙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그래픽동아리 와이포에서 주최하는 디자인 세미나입니다. 고압적이거나 폐쇄적인 분위기가 아닌, 주체적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마련한 <시각집합>은 중앙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출신 디자이너 세 팀이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이자, 서로 자유롭게 묻고 답하며 자신의 작업을 되돌아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시각집합>은 본교 재학생을 비롯한 타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디자인 세미나입니다. 따라서 <시각집합>은 특정 학교의 지엽적 행사가 아닌, 디자인에 대한 고민을 겪고 있는 모든 디자이너의 세미나입니다. 모쪼록 의미있는 자리에 많은 분들이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기획의 글
<시각집합>
집합은 통상 수학 용어로 분류된다. ‘어떤 조건에 따라 결정되는 요소의 모임’이라는 사전적 의미로, 특정 조건 하에서 분류와 식별의 용도로 기능하기도 한다. 만약 집합이 현실 세계의 용도로 개입된다면 그것은 분명 냉정하고 건조한 언어와 규약으로 자리매김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종의 집단에서 쓰이는 ‘집합’의 의미는 꽤나 불쾌하게 다가온다. 아니, 낯뜨겁다는 표현이 더 적확할까. 간결하고 깔끔한 분류와 식별 대신 폭압적인 방식으로 복종을 강제이행시키는 모습은, 집합이라는 단어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부조리한 대척점에 닿아 있다.
집합의 근본적 속성이 제약과 통제 안에서 분류와 식별을 기능하는 것에 반해, ‘집합’에서의 제약과 통제는 신체와 감정을 위압하는 용도만으로 기능하고 있다. 분명한 점은 외형의 방식이 시대의 흐름으로 다소간 바뀌었다할지라도, '집합'이라는 행위로 계급을 소비하는 불쾌한 방식은 반복됐고 또한 반복돼 왔다는 사실이다. 안타깝게도 이같은 기시감이 되살아날 때마다 모종의 집단은 과거의 경직된 언어로 현재에 살고 있음을 자백하는 셈이 된다.
선배에게 인사 잘하고 말 잘 듣도록 위압당하는 디자이너에게 주체적 태도란 과연 가능할까. 이 질문은 꽤나 어리석지만 역설적이게도 ’집합’의 폐쇄성을 설명할 때에는 매우 현명한 질문으로 옷을 갈아 입는다.
폐쇄적이다 못해 어리석기까지 한 ‘집합’ 본연의 의미를 묻고자, 2013년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에서 첫번째 <집합> 세미나가 열렸다. 집합이라는 단어의 형식만 빌렸을 뿐, 그 자리에서 모두는 동등한 디자이너로서 작업에 대한 고민과 태도에 대해 묻고 답하며 스스로의 작업을 되돌아보는 경험을 나눌 수 있었다.
<시각집합>은 중앙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를 기반으로 하는 <집합>의 두번째 모임이다. ‘디자인을 이야기하는 모임’이라는 명제에서 시작한 <집합>은 디자인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는 교집합의 자리이자 예비디자이너(후배)와 현업디자이너(선배)가 한 데 모인 합집합의 자리를 함의한다. 바야흐로 2017년, 우리는 디자인으로부터 어떤 집합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까. 두번째 집합에서 다시금 고민의 간극을 조명해본다.

2017. 8 일상의실천

* 본 행사의 포스터는 일상의실천의 워크숍으로 생산된 결과물입니다.